2021. 1. 5. 23:34ㆍ소소한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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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보고싶은 목록에 올려놓은 지는 한참되었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 나에게 있어서 ‘결혼’이라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는 선택이고,
영화의 제목에 떡하니 달갑지 않은 단어가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의 결혼생활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그들의 결혼생활의 끝인 ‘이혼’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시작은 이혼조정을 하기 위해 조정관의 추천대로 각자 상대방의 장점을 쓰는 것이었다.
조정관이 바라는 것은 상대방의 장점을 쓰면서 처음에 어떤 마음을 가지고 결혼을 했는지 떠올려보라는 것이었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려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서로의 장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장점 때문에 결혼한 것도 아니었고, 더이상 그 장점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혼하는 것도 아니었다.
더이상 사랑하지 않기 때문도 아니었다.
니콜은 결혼 전에 LA에서 배우생활을 했다.
뉴욕에서 극단 감독을 하고있던 찰리를 만나 결혼을 하면서 할리우드에서의 화려한 배우생활을 포기하고 찰리의 극단 단원이 된다.
하지만 항상 LA를 그리워하며, 자신이 가족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해서 찰리에게 1년만이라도 LA에서 살아보자고 하지만 찰리는 들은채도 하지 않는다.
찰리는 불우한 가족환경에서 벗어나 뉴욕으로 왔다.
극단 감독으로 자수성가하고,
니콜을 만나 결혼해서 자신만의 가족을 꾸리며 커리어를 쌓아 이제 브로드웨이 진출을 앞두며 승승장구한다.
커리어를 위해서라면 코펜하겐에서 6개월씩이나 지내는 것쯤이야 어렵지 않지만
니콜이 그토록 가고싶어하던 LA에서 일자리 제의가 들어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칼에 거절해버렸다.
그는 니콜과의 결혼생활과는 별개로 뉴욕생활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니콜의 행복은 찰리의 관심 밖이었다.
니콜은 결혼생활을 하면서 점점 자기자신이 없어져간다고 느낀다.
그러던 중 마침 니콜에게 LA에서 촬영하는 파일럿프로그램 제안이 들어왔고,
니콜은 남편이 응원해주길 바라며 참여하고싶었다.
그러나 남편은 비웃었고, 출연료를 자신의 극단 예산으로 쓰자고해버린다.
니콜은 깨닫는다.
남편에게 자신은 별개의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구나.
심지어 남편은 니콜의 연락처도 모르고있었다.
니콜은 이혼하기로 마음먹는다.
둘은 처음에는 변호사를 끌어들이지 않고 이혼조정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니콜은 변호사 노라를 소개받고, 그를 선임해 이혼소송을 준비한다.
이혼소송은 그렇게 원활하지 않았다.
니콜은 LA에 아들과 함께 정착할 생각이었고,
찰리는 니콜이 하는 일만 끝내면 뉴욕으로 돌아올거라 생각했다.
그럼 가까운 곳에 살면서 아들을 볼 수 있을거라 자기 혼자 단정지었다.
그들은 치열하게 싸운다.
서로를 나쁜부모라 몰아세우기도 하고,
니콜은 찰리에게 이기적이라고,
찰리는 니콜에게 당신과의 결혼생활이 끔찍했다고 소리치며 싸운다.
그들은 결혼생활동안의 행복했던 순간보다 불행했던 순간들만 떠올리며 서로를 헐뜯는다.
둘은 서로를 몰랐고 알려고 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들을 몰랐던 것 같다.
니콜은 불행했고, 찰리는 행복했다.
니콜은 찰리와 함께 행복해지려 했고,
찰리는 니콜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행복한 삶이 유지되길 원했다.
치열한 싸움 끝에 둘은 결국 합의점에 다다르고 완벽하게 이혼한다.
이혼 후, 그들은 서로의 행복을 기뻐한다.
그리고 찰리는 처음 이혼 조정 때 니콜이 썼던 자신의 장점을 아들 헨리가 읽고 있는 것을 듣는다.
그때서야 비로소 결혼생활 중의 자신의 모습이 어땠는지, 니콜이 자신을 어떻게 보아왔는지 깨닫는다.
날 너무 필요로 하는 사람
날 너무 잘 아는 사람
충격으로 날 마비시키고 지옥을 경험하게 하는 사람
그리고 살아갈수록 날 도와주지
내가 살아가게 하지
날 헷갈리게 해
찬사로 나를 가지고 놀고
날 이용하지
내 삶을 변화시키지
하지만 혼자는 혼자일 뿐 살아가는 게 아니야
넘치는 사랑을 주는 사람
관심을 요구하는 사람
내가 이겨나가게 해주는 사람
난 늘 그 자리에 있을거야
너만큼 겁은 나지만 같이 살아가야지
살아가자 살아가자 살아가자
위의 가사는 찰리가 이혼 후 극단사람들 앞에서 부른 노래이다.
찰리는 이제 완벽하게 혼자가 되었다.
결혼중에도 가족들의 행복은 상관없이 자신의 행복만 좇으며 혼자 살아왔지만 이제 정말로 혼자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제서야 비로소 이제는 더이상 자신의 옆에 없는 니콜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았을까.
혼자는 혼자일 뿐 살아가는 게 아닌것을.
결혼은 무엇일까.
나는 니콜과 찰리의 결혼생활에서 니콜이 찰리에게 종속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같은 공간에 살았지만 ‘함께’살지는 않았다.
결혼 자체가 불행하지는 않았지만 한쪽이 다른 쪽에 종속된 관계에서는 누구 하나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혼은 둘이 만나 함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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