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5. 23:18ㆍ소소한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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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성 식욕부진증' 흔히들 '거식증'이라고 부른다.
주인공 '엘렌'은 거식증을 앓고 있다.
팔둘레가 한 손에 다 잡힐 때까지 윗몸일으키기를 반복하고 빠르게 걷는다.
음식의 칼로리를 꿰뚫고 있고 나름의 기준을 정해놓고 식사량을 제한한다.
본인은 나름대로 잘 조절하고 있다거나, 뚱뚱한 것보다 마른게 건강한거라고 주변사람들에게 변명한다.
거식증을 앓는 사람들은 먹기를 거부하고, 살 찌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식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 엘렌도 죽기 전엔 하나에 240칼로리나 하고 지방이 110인 구구 클러스터 한 박스를 다 먹고 죽을 거라고 말한다.
먹고는 싶지만 먹음으로써 살찌는게 무섭다.
그 이유는 단 한가지로 꼽을 수도, 명확하게 무엇이라 말할 수도 없다.
엘렌의 가족들은 주인공이 음식 먹는 걸 왜 거부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고,
자신들은 거식증을 낫게 해주려고 옆에서 도와주고 노력하는데 정작 먹지 않는 주인공을 보며 답답해하기도 한다.
가족들은 엘렌이 거식증을 앓는 이유를 저마다 자신들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단정지어 버린다.
4번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엘렌은 베컴박사를 찾아가게 된다.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치료한다고 알려진 박사는 몇가지 규칙을 제안한다.
1. 음식 얘기는 금지
2. 최소 6주동안의 입원
엘렌은 입원을 결정하고 시설에 가게되는데, 시설이 보통의 병원이 아니라 가정집처럼 편안한 분위기의 합숙소 같았다.
거기에는 폭식증, 거식증 등 섭식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입원해있었다.
그곳에서는 몇가지 규칙이 있었는데
식사시간에 먹지 않아도 되지만 식탁에 앉아 있을 것,
집안일이나 식사를 하면 포인트를 주는데 그 포인트를 어느정도 모으면 외출을 할 수 있다는 것들이었다.
엘렌의 입원 후에 베컴박사는 가족상담을 추진한다.
친엄마, 친엄마의 동성애인, 재혼한 아빠의 부인, 그리고 이복동생이 한자리에 모인다.
(엘렌의 아빠는 늘 그렇듯 일 때문에 바쁘다며 참석하지 않는다.)
가족들은 저마다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고 합리화하며 엘렌이 이렇게까지 된 이유에 대해 서로를 비난하기에 급급하다.
엘렌은 그 자리에서 '모두 제 탓이네요'라고 말하고, 베컴은 누구 탓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삶을 살고 싶다면 스스로 움직이라 말해준다.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족 상담 후 엘렌은 시설 사람들과 점점 친해진다.
그 과정에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도 하고, 음식을 먹으려 하기도 한다.
베컴박사와 상담하는 중에 박사는 엘렌에게 이름이 촌스럽다며 '일라이'라는 새 이름을 추천한다.
엘렌은 어떻게 이름을 바꾸느냐 하지만 박사는 의외로 아주 간단하다며
그냥 사람들에게 새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하라 한다.
엘렌은 자신의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한 적이 없음에도
그저 '나는 못한다'라는 이유로 간단한 것조차 시도하지 않는다.
베컴박사가 엘렌에게 이름바꾸기를 추천한 이유는 쉬운 것부터 시도해서 결국 자신의 삶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한 것 같다.
엘렌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일라이라고 불러달라하고, 삶에 조그마한 변화를 주기 시작한다.
조금씩 용기를 내던 엘렌은 다시 좌절을 느끼게 된다.
같이 생활하던 루크와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성급한 루크에게 부담을 느끼지도 했고,
아기가 잘 자라고 있다고 믿었던 메건(같은 시설에 살고 있는 또 다른 거식증 환자)이 유산을 하게되면서
결국엔 이런 치료도 다 부질 없다고 느끼게 된다.
엘렌은 이번에도 또 다시 도망쳐 엄마가 있는 시골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엘렌과 엘렌의 엄마는 처음으로 서로를 이해한다.
엘렌의 엄마는 살이 더 빠져가서 이제 더이상 빠질 것도 없는 딸에게
'나는 다 이해해. 네가 죽는걸 바란다면 그것마저 이해할게.'라고 말한다.
엘렌은 이제껏 남탓만 해오던 엄마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나는 이 부분이 엘렌이 다시 한 번 더 용기를 내기로 마음먹은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으로 엘렌도 엄마를 이해하게 되었고, 자신을 돌봐주지 못했던 엄마의 죄책감도 알게 되었으니까.
그날 밤 엘렌은 꿈을 꾼다.
꿈에서 자기 자신을 똑바로 마주하게 된다.
자신이 잘 통제한다고 믿고있었던 비쩍 마른 몸을 하고 죽어있는 자신을.
메건의 유산으로 충격에 빠져있던 시설 사람들에게 베컴박사가 소개해 준 시에서처럼 엘렌은 꿈에서 석탄 한 조각을 삼켜보기로 용기낸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용기' - 앤 섹스턴 지음
사람의 감정은 작은 일상에 동요한다.
아이의 첫걸음마는 지각 변동만큼 놀랍고
자전거를 처음 타고 거리에 나가거나
도로를 질주하면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다.
누군가 자신을 뚱뚱하다거나 이상하다고 손가락질하면
순식간에 절망에 빠져
비난을 독약처럼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독약이 총알이 되어 자신을 향해 날아와도
튀겨내기는 커녕
모자로 심장만 겨우 가린다.
나약한 자신을 어루만질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용기를 내는 건 석탄을 삼키는 것만큼 힘들다.
엘렌이 거식증을 앓는 이유는 한가지로 단정할 수 없다.
가족문제, 자신이 블로그에 올린 그림을보고 자살한 소녀, 이성문제 등 영화에 드러난 이유 외에도 아주 다양할 것이다.
엘렌 자신도 처음이 언제부터인지, 무엇때문인지 기억도 잘 하지 못한다.
나도 거식증까지는 아니지만 이러다가는 섭식장애가 올 수도 있겠구나 한 적이 있다.
나도 이유는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내가 내몸을 식사량을 제한하는 것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그 느낌이 좋았다.
뿌듯하기까지 했다.
그러자 습관처럼 덜 먹고, 안 먹게 됐다.
배는 고팠지만 먹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이유는 필요없었다.
그리고 거짓말을 계속 하게 됐다.
밥 먹었느냐는 물음에 먹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살이 빠진 것 같다는 말에 안 빠졌다고 손사래를 쳤다.
나는 몇 주 그러다가 말았지만 그게 지속 되었다면 나 역시 시작이 언제인지도, 이유도 모른 채 습관처럼, 중독처럼 살을 빼며 내 삶을 포기하게 되지 않았을까.
이 영화에서 엘렌이 거식증에서 완전히 벗어 났는 지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엘렌이 변하기로 마음먹고 다시 시설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끝이난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기로 마음 먹은 엘렌이 새엄마에게 '이제 괜찮아요'라고 말한 만큼,
더이상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인가에 집착하고 그 자체에 중독되어버리면 자꾸 그 생각만 하게 되고 그러면 더욱 더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자신의 삶을 망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 용기를 낸다면
한 발짝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 시도가 되지 않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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