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4. 11:55ㆍ소소한후기
내가 올해를 망쳤다고 생각한 이유가 세 개인데, 하나는 올 초에 취업하겠다고 서울 올라가서 시간낭비, 돈낭비 한거랑 다른 하나는 망할 코로나, 그리고 마지막이 손목건초염이다.
코로나는 내가 어쩔 수 있는게 아니고, 서울 올라갔다온건 두 달정도 좋은 경험하고 인생교훈 얻었다고 칠 수 있지만 손목은 올해 3월부터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나는 고딩때도, 대학생때도 필기노트같은건 전혀 만들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손에 힘이 없어서 필기 각잡고 오래하면 손목이 너무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딩때는 짧게 짧게 교과서에다가 추가하는 정도로 필기하면서 공부했고, 대학생때는 연습장에다 대충 필기하고 책이랑 연습장 보면서 타이핑 해서 공부했었다.
그리고 공시생 됐을 때도 필기노트 만드는 건 꿈도 안꿨었다.
1. 발병
보통은 손목 건초염이 아기 엄마들한테서 많이 보인다고 한다. 출산으로 약해져있는 몸으로 애기 목 받치고, 집안일 하다보면 손목에 염증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결국에는 손목을 과다하게 사용하면 근육과 건 사이에 마찰이 계속되면서 염증이 생기게 되는게 손목 건초염이라고 한다. 그래서 칼질 많이 하는 요리사들한테도 많이 보인다.
나같은 경우에도 짐작하길 두달동안 거의 쉬는 날 없이 매일매일 손목을 무리하게 썼고, 결정적으로 딱 아프기 전날 내가 필기를 미친듯이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2020년 3월 2일 아침에 눈을 떴는데 오른쪽 손목이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려고 힘 주기만 해도 통증이 어마어마 했다. 나는 내가 그 전날 필기를 많이 해서 그렇구나 생각하고 쉬면 나아지겠거니 했다.
1주일이 지났는데도 나아지지 않았다. 씻으려고 샤워기를 틀고 물 맞고있으면 손목에 때리는 물줄기 마저도 너무 아팠다. 공부를 하려고 볼펜을 잡기만 해도 너무 아팠다. 아픈 부위는 엄지손가락을 타고 내려오는 손목 측면. 그래서 결국 정형외과에 갔다.
2. 진단
정형외과에 가니까 의사선생님이 증상을 듣고는 엄지손가락을 접어 나머지손가락으로 움켜쥔 채로 밑으로 내리는 동작을 해보라고 하셨다. 순간 근육이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진짜 별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도 아팠다. 통증이 처음 느껴진 지 일주일만에 손목건초염(드퀘르뱅) 진단을 받았다.
3.치료
처음 2주는 정형외과에서 주는 소염진통제를 먹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손목을 많이 쓰지 말라고 하셨다. 근데 나는 이게 빨리 낫는 병인 줄 알고 일주일이 지나니까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미세하게 차도가 있는 것 같은데 완전히 낫지는 않았으니까. 그래서 정형외과에서 2주 치료를 받고 다른 병원에 가기로 정했다.
마취통증의학과를 찾아갔다. 거기서 내 증상과 진단명을 말씀드리니까 주사를 놓아주셨다. 프롤로 주사라는 거였는데, 맞을 때 겁나 아프다.^^ 그리고 똑같이 소염진통제를 받았고 일주일 뒤에 경과보러 오라고 했다. 또 손목 많이 쓰지 말라는 말도 하셨다.
맞은 주사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프롤로 주사가 고밀도의 포도당 주사라고 알려져있었다. 주사를 하면 인위적으로 근육에 손상을 입히고 몸이 손상된 근육을 자가치유하면서 자연적으로 치료하도록 도와주는 일명 근육강화제라고 불리는 거였다. 맞는 주기가 1주일에서 2주일 간격이었고, 치료 효과가 10번은 맞아야 보인다고 해서 이번에는 진득하게 치료 받기로 마음 먹었다.
프롤로 주사로 효과를 보기는 했다. 계속 찜질도 했고, 공부도 안 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진짜 조금은 나아졌다. 그렇게 4월, 5월동안 치료를 받았는데 주사를 8번을 맞았는데도 이렇게 효과가 미미하면 더 맞아도 차도가 있을까 싶었다. 의사도 내가 계속 아프다 하니깐 왜 안 낫지 하면서 의문이었다.. 그래서 또 병원을 바꿔보자 했다.
프롤로 주사를 맞으면 한 이틀동안은 정말 손목이 너무너무 아팠다. 젓가락질 하는 것도 너무 힘들어서 왼손으로 먹었을 지경이니까. 맞을 때도 약물 들어갈 때 통증이 어마어마해서 이미 8회를 맞았을 때 너무 지쳐있었고, 엄마가 예전에 손목 아플 때 한의원에서 침맞고 나았다고 자꾸 꼬셔서 그 다음 병원은 한의원이 됐다.
한의원에 갔는데, 이것저것 체질검사를 하고 내 증상과 어느정도 되었는지, 이때까지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말했더니 나한테.. 류마티즘이라고 했다. ㅇㅅㅇ
너무 어이가 없었는데.. 엑스레이 한 번 안 찍어보고 피검사 한 번 안 해보고 류마티즘이라니...? 엄마 때문에 한의원에 매일 가서 침도 맞고 한약도 지어 먹었는데 류마티즘 얘기듣고 너무 불안해서 자꾸 잠도 잘 못 자고 다른 불안 증상도 나타나서 결국 큰 병원가서 검사해보자싶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는 큰 병원에 찾아갔다. 그 때가 7월초였다. 4개월동안 나도 이것저것 찾아보고 찜질도 계속해주고 손목 거의 안 쓰고 있었는데도 통증이 계속있으니까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큰 병원 가서 초음파를 찍으니까 문제가 명확하게 보였다. 근육에 생긴 염증은 엑스레이로는 나오지 않기 때문에 초음파를 찍는게 훨씬 빠르고, 초음파를 전문적으로 해독하는 의사가 있는 큰병원에서 찍는게 제일 좋다. 당시에 염증이 두 군데 있었는데, 하나는 아까 내가 말한 엄지손가락 따라서 손목으로 이어지는 손목 측면, 그리고 손 등에서 내려오는 손과 손목 경계부분에 염증이 있었다.
의사랑 상담을 하는데 내가 프롤로치료를 받았다고 하니까 그 주사는 낫게해주는 주사가 아니라고, 효과가 없다고 했다. 나도 내가 체험해본 결과, 효과가 1도 없었다.ㅎㅅㅎ 내가 그거 말고는 주사를 안 맞았다고 하니까 그럼 스테로이드를 주겠다고 했다. 주의 할 점은 스테로이드는 근육을 얇게 만들어서 마찰을 줄여주는 거고 동시에 염증약을 먹으면서 염증을 없애주는 거기 때문에 한 번만 맞아야한다는거. 여러번 맞으면 심하면 근육이 끊어지거나 할 수 있다고 자기는 이번 한 번만 줄거라고 했다. 그리고 스테로이드 맞고도 안 나으면 수술밖에 답이 없다고 했다.
2020년 7월 3일에 손목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았고, 지금 4개월이 지났지만 그 전 같은 통증은 없다.
손목건초염을 앓았던 사람들이 알아야 할 점은, 이건 완치가 없다는 점이다. 나았다 싶다가도 관리 안 해주고 무리하게 사용하고, 또 날씨가 추워지면 다시 아파온다. 그럴 때는 꼭 휴식을 취해주고, 손목이랑 손도 주물주물 마사지해주고, 찜질도 해줘야 한다. 언제든지 통증이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내 몸을 좀 소중히 다뤄야한다. 그리고 틈틈이 손가락운동이랑 손목운동 하는 것도 잊지 말자.
내가 생각하기에 손목건초염은 생기기 전에 몸이 신호를 보내온다. 그러면 그때그때 잘 쉬어줘야 심해지지 않는다. 발병했더라도 통증이 그렇게 심하지 않다면 물리치료와 소염진통제로 괜찮아 진다고 한다. 물론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꾸준히 받길!
그리고도 낫지 않는다면 마지막 수단이라는 생각으로 스테로이드 치료를 상담 받아보시길.
스테로이드를 맞는거는 부작용도 심하기 때문에, 그리고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는 것도 아니다. 나도 아 정말 통증이 이제 없구나. 예전처럼 써도 되겠구나 하고 생각이 든 건 스테로이드를 맞고 3주정도 지났을 때이니까. 뭐든 급하게 생각하지 말길.
스테로이드 부작용은 내가 겪고있는 건 백화현상과 지방꺼짐, 피부 얇아지는거. 모든 스테로이드가 그렇듯 주사 맞은 부위에 피부가 얇아져서 핏줄이 퍼렇게 보이고 손목을 많이 사용한 날에는 실핏줄이 터져서 빨간 점 같은게 비친다. 그리고 지방이 꺼져서 핏줄이 도드라져 보인다. 또 백화현상이라고 주사 맞은 부위만 국소적으로 피부가 하얗게 변했다.
물어보니 백화현상이랑 피부 얇아짐은 6개월에서 1년정도면 돌아온다고 한다.(물론 1번만 맞았을 때 얘기. 자주 맞으면 안 돌아 온다고 한다.) 지방꺼짐은 안 돌아올 수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원래도 손목에 살이 별로 없어서 티도 별로 안 나서 신경 안 쓴다.ㅋㅋ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 나는 통증이 있을 때 그 4개월이 정말 지옥같았다. 영영 낫지 않을 것 같아서 불안증세도 생겼을 정도니까. 다들 미리 손목관리 잘 해서 손목건초염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ㅋㅋ
스마트폰 한 손으로 오래 들고 있지 말기, 마우스 사용할 때 손목 받침대 하기, 손목 통증이 있으면 보호대 착용하고 찜질하기, 틈틈이 스트레칭 해주기. 내가 손목건초염 앓고 나서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다.
https://coupa.ng/bLZp9C
꾸준히 관리해서 재발 하지 않길! 수술까지 가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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